참고자료/후기

2014 DOCTOR WHO: THE WORLD TOUR, IN SEOUL REVIEW

평방미터 2021. 1. 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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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4년 8월 10일에 쓴 텀블러 포스팅을 다시 가져온 글입니다.


- 2014/08/09 DOCTOR WHO WORLD TOUR IN SEOUL

*스포일러 없음*

yes24 티켓팅엔 장렬히 실패했다. 원래 티켓팅 자체를 많이 안하긴해도 최근에 20세기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에도 성공했었으니 왠지 자신감이 있었다. 티켓팅 15분전에 친구의 전화를 받고 깨어나서도 그 근자감은 계속 갖고있었다. 그러나 15분후, 몇초만에 사라져가는 좌석들을 보면서 으아아아! 소리없는 아우성이라는 말은 이 때에 쓰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나는 은연중에 '신포도 이론'을 들먹이게 되었다. '암표상이 있었나봐'라던가. 티켓값이 무료인것에 대해 뭐라하기도 했었다. 어찌되었든 나는 닥터후를 처음 접했던 당시처럼 이제는 학생이 아니었고, 대략 30만원 정도 하는 2012년 닥터후 컨벤션 티켓과 비행기표를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성인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네가 못가니까 <이 행사는 별로일꺼야>라고 여긴거잖아'가 정답이다. 부끄럽다.

그러다가 친한 언니의 동행이 불참하게되어 내가 갈 수 있게 되었다. 포토 이벤트로 100명에게 1인 2매씩 나눠주는 이벤트 티켓이었다. 솔직히 자리의 위치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나는 그곳에 있는것이 중요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언니께 감사드린다. #점핑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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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나고자라도 어렸을때를 제외하곤 63빌딩에 간 적이 없었는데, 행사때문에 가긴 처음이었다. 내가 도착했을땐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포토이벤트에 당첨된 분들 뿐만아니라, 티켓을 구하지 못한 분들이 선착순으로 취소표를 구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었다. 약속되었던 17시가 되자 yes24 티켓팅에 성공한 분들과 포토이벤트 당첨자들, 그 외에 이벤트에 당첨된 분들이 줄을 서서 차례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에, 암표상이니 뭐니하는 말을 머리속에서 깨끗하게 지울수 있었다. 여기에 있는 이 많은 사람들은 전부 올해로 51주년이 되는 닥터후라는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재주가 있는 분들은 코스프레를 하거나, 기발한 것들을 만들어 오셨다. 기다리는내내 줄서느라 진이 빠지긴 했었지만 그래도 눈이 즐거웠다. 덕친들과의 덕토크도 너무 좋았다.

겨우겨우 이벤트 티켓을 받고(앞으로는 아무리 편해도 굽있는 신발은 큐잉에서 신지않을것이다 내다리ㅠㅠ) 옆에 있던 굿즈샵에서는 기념 팔찌와 I♥♥DW라는 핀뱃지를 샀다. 소닉은 이미 갖고있었고, 티셔츠를 사고싶긴 했지만 돈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그 티셔츠보다는 크루들 회색티셔츠가 더 탐이났다. 스읍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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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중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입장줄에 서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랜드 볼룸은 큰 홀이어서 단차는 없었지만 가운데 무대 양 옆으로 스크린이 있었기 때문에 딱히 행사를 관람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기다리는 동안 스크린에서는 포토이벤트 당첨자로 보이는 사진들을 슬라이드로 보여주고있었다. 하나같이 다 재미있는 사진들이었다. 행사가 시작되고, 사회자가 등장했는데 재치있게 진행을 정말 잘 해주셨다. 솔직히 한국에서 여러 덕행사를 간 것 중에서 가장 잘한것같았다.

드디어 피터 카팔디와 제나 콜먼이 등장했다. 피터는 단호박 답변을 제나는 *아름다운* 미소와 재치있는 답변을 해주었다. 트위터에서 여러 사람들이 질문한 것들을 선정해 Q&A를 진행했고, 좋아하는 포토 이벤트 사진들을 고르기도 했었다. 행사를 관람하는 내내 '다들 정말 닥터후를 좋아하는구나'라고 피부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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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멤버가 온다는 소식은 들었다. 제국의 아이들, 제아ZEA 멤버 중 세명이었다. 소식을 들을 당시엔 약간 거부감이 들긴 했었다. 그런데 막상 행사를 보면서 사회자도, 아이돌 멤버들도 나는 훌륭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뮤직비디오에 타디스가 등장했다는 것은 예전에 말로만 들었는데, 막상 보니 '오?' 하는 반응이 나왔을 뿐이었다.

정작 내가 당황한 것은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낮게 야유가 들렸다. 거부감이 들었으면 반응을 안할수는 있었다. 하지만 전세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행사에서, 그런 반응은 성숙하지 못한 자세였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행사가 다 끝나고 난 후에 피드백을 하는것이 성인, 나이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의 자세다. 그나마 사회자의 진행이 매끄러워 잘 넘어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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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에서 내가 무엇보다도 기대했던것은 #801 을 처음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물론 시즌8 에피소드1이 유출된것은 닥터후 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것이겠지만, 자막과 함께 그것도 천명의 팬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흥이났다. 그러나 시작되자마자 화면비가 잘려 나오고, 단차가 없는 큰 홀에서 자막이 아래있어 전혀 자막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차라리 양 옆의 작은 스크린으로 보게 해 주었으면 오히려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1 은 멋졌고, 오프닝은 정말이지 훌륭했고, 제나, 피터 그리고 많은 출연진들이, 그리고 모팻 답게 떡밥들이 나를 행복하게 그리고 조금은 훌쩍이게 만들었다. 정말 너무 멋졌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피터 카팔디의 닥터는, 내 예상대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닥터후 오디션이 '재앙'이었다고 표현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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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텀블러는 닥터후 팬텀블러도 아니고, 그저 나의 인스타그램 사진들과 가끔씩 보는 영화 리뷰들, 그리고 내 가수 덕질을 하는 그런 곳이다. 후기를 쓰려고 텀블러를 켰는데, 무슨 알림이 엄청나게 왔길래 뭔가하고 봤더니 내가 행사장에서 찍었던 타디스 사진 포스팅을 닥터후 공식 텀블러가 리블로그 했던거였다. 음 일단 감사하다. 솔직히 좀많이 기쁘다*-_-*

오늘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나는 여전히 닥터후를 사랑하는 한명의 팬으로서 언젠가 또다시 카디프를 방문해 또 한번 타디스 투어를 가보고싶다. 그리고 나의 올닥 최애인 톰베이커옹을 만나고싶다. 제가 2m짜리 알록달록 스카프를 사고싶어하는것은 바로 당신때문이에요! 라고 말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