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런던여행

2016 런던여행 제2부(6월 24일)

평방미터 2016. 7. 4.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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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는 6월 24일~26일로 쓰려고 했는데 24일날 하원 투어를 해서 내용이 너무 많아 그냥 하루만 잡았다. 야스님표 런던투어최고!

6월 24일 금요일(제4일)

자고일어나니 영국이 EU가 아니었다.

눈뜨자마자 했던 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는데 처음으로 한 트윗은 이거였다: :-0

작년 5월부터 폴 믿는거 아니라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고 아무튼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한 9시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질 못하다가 오늘 런던 도착해서 3일간 함께 다니게 될 야스님이 곧 도착할 예정이라 나가서 씻고 준비를 했다. 곧 야스님이 오셨고 체크인을 한 다음에 짐을 옮기고 우리는 신이나서 11:20에 예매한 하원투어를 가려고 웨스트민스터 역으로 갔다. 물론 야스님을 만나서 반가웠고 덕톡도 해서 기뻤지만, 투표 결과의 여파로 야스님은 잠을 충분히 주무시질 못했고 나는 심란해서 우리는 웨스트민스터 스퀘어 잔디밭 한쪽에 앉아, 야스님이 씻어서 갖고온 납작복숭아를 맛나게 먹으며 얘기를 했다. 우리 옆에서는 빅벤을 배경으로 온갖 기기묘묘한 사진(예를들면 빅벤을 두 손으로 밀고있는 다던가, 한 손에 들고있는 다던가)들을 찍으려는 학생들이 가득했다. 날씨도 좋고 모든게 다 좋은데 우리들만 걱정된 표정으로 앞으로 영국이 어떻게 될 건지 얘기하고 있는것 같았다.

이러저러한 얘기를 마저 하며 맛난 복숭아를 마저 해치우고, 야스님이 잘 알고계신다는 '빅벤이 잘 나오는 사진 핫스팟'에 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역광이 비춰서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얼추 시간이 되어서 하원 크롬웰 그린 방문객 입구로 가서 투어 예약을 했다고 얘길 하니, 예약번호를 알려주고 투어 티켓을 받은다음에 방문객용 목걸이를 목에 걸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반기는 이 방문객용 홀은 하원다큐에서도 나오는 곳인데, 이곳의 천장은 나무로 되어 있다고 했다. 복원을 하던 도중에 천장에 박힌 테니스 공을 찾아냈는데, 헨리8세가 테니스를 하다 날아간 공일 거라는 얘기도 나왔었다. 아직 4부를 번역하지 못한 하원다큐 Inside the Commons를 생각하며 걸어들어가니 아직 11:20분까지는 시간이 남아 우리는 벤치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다.

야스님네 까꿍이와 나와 함께 런던에 온 핀!

하원 내부는 앞서 본 방문객용 홀과 그곳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복도 입구를 제외하고는 내부는 촬영할 수가 없다. 이런 내용은 하원다큐에서도 언급해서 알고있었지만, 정말로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건 도착하고나서야 알게되었다. 시간이 되어 가이드가 사람들을 모으고 천천히 이동해 안으로 들어가는동안 고딕 양식을 모방한 18세기 건물의(웨스트민스터 궁전은 중세에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 고딕 양식을 후대에 모방한 건물이다) 내부를 낱낱이 살펴볼 수 있었다. 그래서 아래의 사진들은 전부 홀과 복도 입구의 사진들이다. 

우리는 들어가자마자 여러 곳을 거쳤는데, 일단은 엘리자베스2세가 매년 의회 회기때마다 TV에 등장해 올라가는 계단을 보았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팡이를 짚지 않고 매번 계단을 올라갔었는데 최근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고 했다. 그 양 옆에는 왕실 근위병(Yeomen of the Guard)들이 발을 구르는데,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진 않고 구두 뒷굽으로 계단 옆 벽을 쳐서, 자세히 보면 그 벽에 움푹 패인 흔적이 많을거란 얘기를 했다.

다음에 본 실내는 회기 중간에 여왕과 부군이 쉬는 장소인데(The Queen's Robing Room), 빅토리아 여왕을 상징하는 VR(Victoria Regina)이 여기저기 큼지막하게 쓰여져있고 어느곳에서나 화려한 금박장식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곳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지않아 그들이 정확히 무슨 행동이나 얘길 하는지 모른다고들 했다. 아마 셰리주 같은걸 한모금 마시지 않겠느냐는 말을 한것같다. 정말 화려했는데, 빅토리아 여왕이 아서왕 전설을 모티브로 삼아 실내 곳곳에 아서왕과 관련된 부조와 회화작품들이 특히 많아서 더 그런것 같았다. 가이드는 다시한번 '하지만 아서왕 이야기는 전설이고 이야기일 뿐이지요 지금 사람들이 해리포터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는 것처럼요!'라고 말했다. 앨버트 공은 당시에 이탈리아 프레스코화에 깊은 관심이 많아 여기있는 그림들은 벽화기 때문에 뗐다붙였다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프레스코화는 회반죽을 바른 벽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고, 이는 영국의 기후에는 전혀 맞지 않아 결국 이 방의 모든 그림을 프레스코화로 채우는 데엔 실패했다고 한다. 내가 찾은 위 사진에는 잘 나오진 않지만, 실제로 보면 저 오른쪽에 걸려진 프레스코화는 확실히 색이 많이 바래있었다. 이 방에는 또 재미난 사실이 하나 있는데, 아서왕 전설에 관한 부조 중에서 아기인 아서왕이 그려진 부조 벽감 안에는 화장실이 숨겨져 있어 여왕이 그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했다.

계속 이동하는동안 곳곳에 걸려진 왕과 여왕, 왕비, 부군, 공주, 자녀들의 초상화와 특정 장면을 묘사한 그림들을 계속 살펴보았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건 워털루 전투를 그린 작품이었는데 미테랑 때는 이 그림을 무시했던가 그랬다가 사르코지때에는 '이는 이미 지나간 역사고 이제 영국과 프랑스는 친구다' 뭐 그런 대답이 나왔단 얘기였다. 내가 이 얘길 왜 기억하냐면, 하원다큐에서 프랑스 접객시에 이 워털루 전투 그림에 천을 씌워 보이지 않게 했다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이 다음에 본게 위원회 미팅 장소였는지 상하원이었는지 기억이 정확히 나질 않는데, 아마 상원을 먼저 보고 위원회를 본 다음에 하원을 본 것 같다. 우선은 상원으로 들어갔는데 TV나 모니터로만 보던 붉은색 의자가 양 옆에 놓여져 있었다. 상원의원들이 앉는 의자에는 앉을수가 없어서 우리는 서서 가이드의 말을 들었는데, 상원과 하원의 연계성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세계2차대전 당시에 폭격을 맞아 하원 부근이 무너져 다시 지어야 했을때 더 크게 짓는다거나, 모양을 바꾼다거나 여러가지 말들이 나왔지만 결국엔 '이전과 그대로' 복원해 짓는것으로 결론이 났고 바뀌는건 없었다고 한다. 상원과 하원은 긴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데, 여기에서 우리는 그 유명한 찰스1세의 이야기와 하원의원들이 권리를 위해 어떤 싸움을 벌였는지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했다.

다음에 본 건 위원회가 열리는 큰 방 중 하나였는데, 이곳에서는 앉을 수가 있어 각자 하원마크가 그려진 초록색 의자를 차지하고 이야기를 들었다. 위원회가 어떻게 열리는지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보다는, 아직도 이 웨스트민스터 궁전에 쥐가 산다는 이야기가 방문객들에겐 더 흥미가 있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래서 치프마우저가 필요한거구나! (아님) 게다가 전기가 들어오기 이전에는 가스등으로 불을 밝히고, 낮에는 채광에만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천장 창문이 꽤 잘 되어 있었다. 환기도 잘 되지 않아 당시에 피운 담배냄새들이 방에 배어서 아직도 냄새를 맡을수 있다고도 했다.

그다음으로 본 건 내가 고대하고 고대하던 하원! 하우스 오브 커먼스! 우리는 여왕과 왕의 사자인 흑장관이 말을 전하러 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는 그 문으로 들어갔다. 정말로 초록색 의자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중간에는 의장석 버코형의 자리가 떡하니 있었다. 우리는 몇 열씩 줄을 서서 의자에 앉지 않은 채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는데, 내가 하원다큐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거의 그대로 했다.

왜 상원의 상징은 적색이고 하원은 녹색일까? 가이드는 아마 염료의 금액 차이 때문이었을거라고 말했다. 붉은색 염료가 더 비쌌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마찬가지의 원리로 보라색 염료도 구하기 힘들고 비쌌다고. 실제로 설명하는 그 자리에 조지6세의 초상화가 있었는데, 보라색 옷을 입고있는 모습이었다.

윗층으로 가면 발언은 할 수 없지만 들을 수는 있는 자리가 있었고, 방문객들이 하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리도 있었는데 상원과 다르게 하원 방문객 자리에는 방탄유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한 방문객이 왜 하원에만 방탄유리가 설치되어있는지 묻자, 가이드는 아마 하원의원들이 더 생명의 위협을 많이 받기 때문일거라 설명했다. 이 쪽은 여당, 저 쪽은 야당의 자리이고 나머지는 소수당의 자리이며 데니스 스키너의 얘기도 나오고 무엇보다 최근에 사망한 조 콕스 하원의원의 얘기도 나왔다. 그녀의 자리는 야당인 노동당 쪽에서 뒤로 세번째 줄 쯤 이었는데, 누군가가 그녀의 자리에 흰 장미를 꽂아두어 모두가 한층 더 숙연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 다음은 하원의 투표 복도를 지나갔는데, 정말로 문을 좁게 열어서, 한번에 한 사람만 지나가게 만들어놓고 있었다. 상원은 content/not content라고 표현하지만 하원은 aye/no라고 표현한다. 말 그대로 의원들이 몸이 움직여야 투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휠체어 신세라고 해도 꼭 휠체어를 타고 이 문을 통과해야 투표를 한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방문객 중 누군가가 채찍 세 대(three line whip)에 대해 묻기도 했는데 이미 잘 알고 있는 나는 내가 알고있는 얘기가 너무 신나서 싱글벙글 웃었다. 그와중에 방문객 중 할머니 한 분이 날카로운 질문을 했는데, 이렇게 각 당의 원내총무(chief whip)에게 휘둘리면 과연 이게 민주주의제도인가 라는 것이었다. 이런 질문이 처음은 아닌 모양인지 가이드가 원내총무의 채찍이 있어도 결국 투표의지는 의원 개개인에 따른것이고 이는 각 의원이 책임져야 하는게 된다고 대답했다. 가이드는 또 이번에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SNP 의원들이 많이 당선되었는데, 그쪽에 M으로 시작하는 성씨를 가진 의원들이 많아서(맥도날드, 매킨타이어 등) 투표시에 이름을 구분하는 팻말을 바꾸게 되었단 말도 했었다.

다시금 그 유명한 하원의원 복도(The Member's Lobby)로 나오니 홀의 네 면에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를 각각 상징하는 성인들의 벽화가 그려져있고 처칠과 로이드 조지, 대처의 동상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가이드가 초록색인지 푸른색 목걸이를 건 사람이 MP이고 갈색 목걸이를 건 사람이 기자라고 했는데, 마침 누군가 초록색 목걸이를 걸고 있었지만 자세히는 보지 못했다. 나중에 웨스트민스터 근처를 돌아다닐때 갈색 목걸이를 건 사람은 몇명 보았었다. 가이드가 마지막으로 이제 레퍼렌덤 투표가 끝났으니 다음주 월요일에 하원에서 디베이트가 열릴 거라며, 시간이 된다면 우리가 보았던 그 방탄유리 너머로 볼 수도 있을거란 말을 했다.

아무튼 그렇게 투어가 끝나고 우리는 다시금 방문객용 홀로 나와 여러가지 감상에 젖은 다음 하원 내부 굿즈샵을 대충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제일 신기했던건 하원표 브루어링 맥주였는데 음 솔직히 살까 하는 마음이 들긴 했다. 지금 가장 아쉬운건 서프러제트 굿즈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던거다ㅠㅠ아쉬워!

밖으로 나오니 날이 너무 좋고 마침 포트큘리스 하우스와 런던아이, 빅벤이 한눈에 보여 사진을 마구 찍었다. 투어가 끝나고 목걸이는 반납하는 곳이 있었는데, 나는 기념삼아 목걸이는 갖고나왔다. 야스님과 나는 근처 스코틀랜드 야드를 가서 그 빙글빙글도는 장식물을 신나게 찍은 다음에 스피디네 가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예전에 왔을때는 좀 겁도 나고 사람도 많아서 그냥 겉모습만 보고 사진찍고 지나쳤었는데, 오늘은 온김에 여기에서 점심밥을 먹고가기로 했다. 우리는 그릴 브렉퍼스트 하나와 새우&아보카도 샐러드 하나를 시켰는데 양이 정말 많아서 두 사람이 먹기에 충분했다. 밥을 맛있게 먹고 마침 근처 대학교에 도서관들이 있어서 잠깐잠깐 특색있는 대학도서관들의 면모를 살펴본 다음에 우리는 러셀스퀘어 공원에 들러 예의 그 장소를 보았다. 나도 어딘가 있는 이 공원에 그 벤치는 치워져 있단 얘기만 들었던 터라, 꽤나 감회가 새로웠다.

근처를 지나다가 중고서점이 하나 있길래 야스님과 함께 들어갔는데 웬걸...눈돌아가는줄 알았다. 그나마 영서라서 다행이지, 라고 생각하며 그래 좋아 크리스티 소설책 한 권만 사자 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 브리티시 폴리틱스 코너가 눈에 띄었고. 아차 여긴 LSE 근처 중고서점이었지...라고 내 가상의 멱살을 쥐며 고르고 고르다 결국 토니벤 벤다이어리를 한 권 사게 되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여행기간동안은 내가 읽고 가기 전에 블소님 선물드려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내가 갖고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신나게 책을 사고 나와서 우리는 2층 버스를 타고 세인트폴 성당을 보러가기로 했다. 솔직히 런던에 여행오게 되면 튜브 체계보다 버스 노선을 보기가 좀 힘들어서 앱의 도움이 없으면 더더욱 지하철을 많이 타게 되기 때문에(4년전에 나도 그랬었다), 야스님이 계시는 동안 2층버스를 더 많이 타자고 제안하셨었다. 너무 좋았고 덕분에 런던 여기저기 멋진 풍경들을 많이 봐서 기쁘다.

세인트폴 성당에게 안녕! 인사를 하는데 마침 2층버스에 북오브몰몬 광고가 지나가길래 찍어봤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세인트폴 성당이 저 기둥모양대로 1층, 2층 그리고 돔 부분으로 나눠 구성되어있는줄 알았고...바보. 여기에서 밀레니엄 브릿지를 걸으며 뒤에 보이는 세인트 폴을 힐끔힐끔 쳐다보다 왼쪽에 우뚝 솟은 샤드를 발견했다. 거킨은 이 녀석 때문에 참 고마울꺼야.

테이트 모던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올라간 곳은 8층이었나 그곳에 위치한 카페였는데, 정말이지 전망이 너무나도 멋졌다. 세인트폴 성당을 기준으로 강변이 확 보여서 너무 멋지고 계속 보고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보로 마켓을 슬쩍 들렀다가 글로브 극장에서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볼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했다. 어차피 시간이 늦어 보로 마켓은 이미 문닫은 상점들로 한산했다. 그렇지만 예전에 왔을때도 런던의 마켓에 들러본 적 없는 나는 이곳저곳 보며 즐거운 경험을 했다.

드디어 시간이 다 되어 셰익스피어의 글로브 극장에서 하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보았다. 핀과 까꿍이와 함께 찰칵! 우리가 연극을 보기로 했을땐 이미 좌석은 전부 표가 나가서 어쩔수없이 야드석, 그러니까 마당에서 서서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벽에 기대어 자리를 잡은 덕분에 다행히 2시간 넘은 연극시간동안 즐겁게 극을 볼 수 있었다.

여행을 하기 전에 나는 말괄량이 길들이기 대본을 다시 읽었는데, 내가 알고있는 그 내용이랑은 조금 달랐다. 실제로는 카테리나와 비앙카가 등장하는 극은 극중극이고, 그 바깥에는 영주가 거지를 속여서 거지 스스로가 영주라고 생각하게끔 믿게만드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 말괄량이 길들이기란 내용 자체가 하나의 풍자적 극이었던 거다.

이번 글로브 극장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에서는, 그 극중극의 내용을 그대로 올리지 않은 대신에 배경을 근대로 잡고 극 중간중간에 카테리나의 내적 독백을 집어넣어 그녀가 페미니즘적 사고방식의 소유자이고 여성의 권리에 대한 부당한 압제에 저항하는 인물로 그려놓았다. 리뷰를 전부 읽어보지는 않고 제목만 읽었을때 왜 페미니즘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원래는 다리가 너무 아프면 적당히 보고 나갈 생각이었는데, 극이 너무 재미있어서 끝까지 보았다. 야드석에서 앉아서 볼 수는 없었는데, 실제로 바닥에 앉아서 극을 보던 사람에게 글로브 극장 직원이 안내를 주는 걸 내가 옆에서 보기도 했다. 야스님은 옆에서 내가 자꾸 아래로 아래로 무너지는게 안타까우셨다고 나중에 말해주셨다ㅋㅋ

<말괄량이 길들이기> 내 별점: ★★★★

연극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너 밤의 세인트폴을 보았다. 낮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 정말 멋졌다. 아직 밤인데도 날이 밝아서 왜그런가 했더니 여름의 런던은 해가 늦게 져 낮이 길고 밤이 짧게 느껴진다고 한다. 멋진 모습에 눈도장을 찍고 우리는 타워브릿지를 보고 찰스 디킨즈 펍에 가기로 했다.

타워브릿지는 밤에 보라색으로 반짝반짝 빛나서 낮에 하늘색이었다는 걸 까맣게 잊게 만들었다. 시간이 이미 많이 늦어 디킨스 펍에서는 요리는 팔지 않았고 대신에 우리는 각각 콜라 한 잔과 맥주 한 잔(맨처음 눈에 띈 게 런던 라거라 궁금해서 마셔봤다)을 시켰다. 양도 엄청 많은데다 나름 맛이 있어서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또 어느새 덕톡을 하다 시간이 훌쩍 지나 숙소로 들어와 내일의 일정을 생각하며 씻고 잠이 들었다.